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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09일
"[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테렌스 고 - 비밀, 거짓말, 풍문, 그리고 멋 부리는 바보짓"
수년간 지속된 세계미술시장의 활황세가 끝난 지금, 지난 난리법석을 통해 ‘진정한 승자’의 위치에 오른 사람은 과연 누구누구였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전후 미술품 컬렉션을 최고의 가격에 팔아치운 일부 대형 콜렉터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평론가의 몫은 아니다. 그러니, 젊은 현역 작가로 카테고리를 좁혀보자. 몇몇 예술가들의 이름이 거명 가능하다. 하지만, 징후적인 면을 높게 치자면, 역시 봉이 김선달처럼 ‘뒤통수 치고 빠지기’의 전략을 구사한 테렌스 고를 꼽는 것이 좋겠다. 자칭 ‘아시안 펑크 보이’인 테렌스 고의 열풍은 장난처럼 시작됐다. 의미 없는 낙서, 3류 퍼포먼스와 음탕한 의상들, 흑색과 백색의 심령술적인 오브제들, 어린이 프로그램용 성우를 흉내내는 목소리, 엉터리 영어, 아무렇게나 지어 부르는 경극 노래와 아마추어 게이 포르노 이미지들, 오리엔탈리즘, 비공개 파티, 무책임한 바보짓거리, 말도 안 되는 거짓말, 저질 인터넷 사이트(asianpunkboy.com / 접속주의: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다수 있음)와 노골적인 카피(남의 작품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등이 뒤섞인 그의 작업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활황을 맞은 미술계의 빈틈을 이용해 삽시간에 스타의 지위에 올랐다. 가만 보면, 그는 플럭서스의 시대에나 가능했던 바보짓의 예술을 다시 부활시킨 셈인데, 전략적인 스탠스가 절묘하다. 오노 요코(거짓말로 사람 홀리기)와 쿠사마 야요이(미친 척해서 관객 방심시키기)의 전략 가운데 아시아 게이 남자인 자신에게 적용 가능한 것이면 무엇이든 주저하지 않고 차용했고, 그 점이 주효했다. (그래서 작가의 왼쪽 다리는 동성애자 하위문화의 광기에, 오른쪽 다리는 어떤 식으로든 존재하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에 놓여있다.) 바쁠수록 심심해하는 예술 애호가들의 심리를 잘 이용했다고나 할까? (예나 지금이나 예술계의 ‘쿨한 척하는 사람들’은 새로 나타난 예술가가 어떤 게임을 펼치는지 궁금한 경우라면, 사기인줄도 알면서도 일단 속아주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요즘의 자칭 ‘아트 피플’들은 누구든 오노 요코나 쿠사마 야오이 같은 ‘살짝 미친’ 예술가와 어울려 놀고 싶어 하는데, 이제 그 할머니들은 파티하고 놀기엔 너무 늙었다. 그러니 테렌스 고가 일부 사람들에게 대용품으로 대환영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행동에 거침이 없으면서도 수줍음이 많은 “중국인 게이 변태”라니, 백인 중심의 예술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새로운 세계의 중심에서 날아온 무해한 최신 상품에 다름 아니었다.) 작가가 변덕스런 아트 피플의 호기심을 지속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상습적인 거짓말, 또 다른 하나는 비밀스런 파티와 헛소문. 현재 공식 프로필에는 1977년 베이징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성장했다고 돼있다. 하지만, 사실은 나이도 더 많고, 싱가포르 태생인 것 같다. 물론 이 또한 확인된 바는 아니다. 어떤 오프닝에선 자신이 백인종과 황인종의 혼혈이라고 주장했고, 실제 명백히 혼혈로 보이는 여동생을 데려왔지만, 알고 보니 다 가짜였다. 연초에 휘트니미국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의 오프닝에는, 앙드레 김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백색 드레스로 무장한 부모님과 여동생, 그리고 한국인 부인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진짜 작가의 가족이었을까? 물론 그럴 리 없겠다. 휘트니미술관 1층의 전시실에 눈이 멀 정도로 밝은 조명 하나만 설치해놓은 무례하고 안이한 개인전은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다이치 프로젝트에서 열린 성대한 오프닝 파티에는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주요 콜렉터들과 아트 딜러들, 그리고 젊은 파티광들이 한데 모여 비정상적인 열기마저 감돌았다. 누군가는 “잠시지만 전설적인 디스코 클럽 ‘스튜디오 54’의 느낌이 되살아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테렌스 고를 놓고 미술사적 가치를 논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당장 다음 단계로 ‘도망칠 방법’마저 마땅하지 않아 뵌다. 허나, 이 기묘한 작가가 오늘의 아시아 청년 작가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인물이라는 데엔 논란의 여지가 없겠다. “작품 판매를 통한 수익이 대단해서 뉴욕에 빌딩까지 샀다”는 소문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현재 소속은 페레스 프로젝트 갤러리고, 찰스 사치 등이 후원하고 있다. /// *한국일보 2007년 12월 10일 월요일자 (32면) **데스크가 붙여준 제목은 "거짓말과 헛소문으로 부활시킨 '바보짓의 예술'"이다. ![]() ![]() ![]() ![]() ![]() 혼합 매체 조각: 나무, 페인트, 석고, 소변기, 금속, 도자기, 거울, 아교, 접착제, 재, 기름, 태운 나무, 조명, 철사, 작가의 오줌 235 x 107 x 107 cm *사치 갤러리 소장품 ![]() ![]() Courtesy Peres Projects, Los Angeles, Berlin Photo by Dean Sameshi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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