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테고리
이글루 파인더
Twitter
라이프로그
![]() DT 3 :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 예술가처럼 자아를 확장하는 법 ![]() 모마 하이라이트 ![]() 공예와 문화 - 2001.겨울 ![]() 이것이 현대적 미술 ![]() DT. 2 ![]() 크레이지 아트, 메이드 ... ![]() 디자인과 범죄 그리고 그... ![]() D.T. 1 ![]() 디자인 텍스트 02 ![]() 디자인 텍스트 01 최근 등록된 덧글
https://blog.naver.co..
by Mikka_L at 03/19 目利き에서 파생된 것이.. by Mikka_L at 03/10 https://www.artforum... by Mikka_L at 03/01 https://www.artforum... by Mikka_L at 03/01 https://www.moma.org.. by Mikka_L at 03/01 https://www.artforum... by Mikka_L at 03/01 https://www.artforum... by Mikka_L at 03/01 구리와 구리 광산은 칠레.. by Mikka_L at 02/25 삭제된 분에게: 이름 표기.. by Mikka_L at 02/21 제가 감사합니다. ^o^ by Mikka_L at 01/21 덕분에 에이미 실먼의 인.. by dpk at 01/18 앗 수정했습니다. 수요일.. by Mikka_L at 12/28 수업 요일이 블로그와 .. by Rumi at 12/28 사태 파악도 못하고 유의.. by Mikka_L at 12/02 결론은... 그냥 망했음... by Mikka_L at 12/02 감사합니다! 화이팅! 입니다! by Mikka_L at 11/25 병행해보고자 생각하고 .. by Mikka_L at 06/03 줌zoom 활용 진행은 안.. by 꿈돌이 at 06/02 줌 강의 병행으로 결정됐.. by Mikka_L at 05/03 오프라인 강의만 진행 되.. by Nas at 05/03 최근 등록된 트랙백
[메모] 무제
by 임근준(이정우) | leftov.. {DT3: 더 빨리, 더 높이.. by noomik ..... by 770 [임근준의 20·21세기 미술.. by Sarah lee 배순훈 미술관장 by 한지니, Contemporary .. 포토로그
이전블로그
2023년 12월
2023년 03월 2023년 02월 2023년 01월 2022년 12월 2022년 11월 2022년 10월 2022년 09월 2022년 08월 2022년 07월 2022년 06월 2022년 05월 2022년 04월 2022년 03월 2022년 02월 2022년 01월 2021년 12월 2021년 11월 2021년 10월 2021년 09월 2021년 08월 2021년 07월 2021년 06월 2021년 05월 2021년 04월 2021년 03월 2021년 02월 2021년 01월 2020년 12월 2020년 11월 2020년 10월 2020년 09월 2020년 08월 2020년 07월 2020년 06월 2020년 05월 2020년 04월 2020년 03월 2020년 02월 2020년 01월 2019년 12월 2019년 11월 2019년 10월 2019년 09월 2019년 08월 2019년 07월 2019년 06월 2019년 05월 2019년 04월 2019년 03월 2019년 02월 2019년 01월 2018년 12월 2018년 11월 2018년 10월 2018년 09월 2018년 08월 2018년 07월 2018년 06월 2018년 05월 2018년 04월 2018년 03월 2018년 02월 2018년 01월 2017년 12월 2017년 11월 2017년 10월 2017년 09월 2017년 08월 2017년 07월 2017년 06월 2017년 05월 2017년 04월 2017년 03월 2017년 02월 2017년 01월 2016년 12월 2016년 11월 2016년 10월 2016년 09월 2016년 08월 2016년 07월 2016년 06월 2016년 05월 2016년 04월 2016년 03월 2016년 02월 2016년 01월 2015년 12월 2015년 11월 2015년 10월 2015년 09월 2015년 08월 2015년 07월 2015년 06월 2015년 05월 2015년 04월 2015년 03월 2015년 02월 2015년 01월 2014년 12월 2014년 11월 2014년 09월 2014년 08월 2014년 07월 2014년 06월 2014년 05월 2014년 04월 2014년 03월 2014년 02월 2014년 01월 2013년 12월 2013년 11월 2013년 10월 2013년 09월 2013년 08월 2013년 07월 2013년 06월 2013년 05월 2013년 04월 2013년 03월 2013년 02월 2013년 01월 2012년 12월 2012년 11월 2012년 10월 2012년 09월 2012년 08월 2012년 07월 2012년 06월 2012년 05월 2012년 04월 2012년 03월 2012년 02월 2012년 01월 2011년 12월 2011년 11월 2011년 10월 2011년 09월 2011년 08월 2011년 07월 2011년 06월 2011년 05월 2011년 04월 2011년 03월 2011년 02월 2011년 01월 2010년 12월 2010년 11월 2010년 10월 2010년 09월 2010년 08월 2010년 07월 2010년 06월 2010년 05월 2010년 04월 2010년 03월 2010년 02월 2010년 01월 2009년 12월 2009년 11월 2009년 10월 2009년 09월 2009년 08월 2009년 07월 2009년 06월 2009년 05월 2009년 04월 2009년 03월 2009년 02월 2009년 01월 2008년 12월 2008년 11월 2008년 10월 2008년 09월 2008년 08월 2008년 07월 2008년 06월 2008년 05월 2008년 04월 2008년 03월 2008년 02월 2008년 01월 2007년 12월 2007년 11월 2007년 10월 2007년 09월 2007년 08월 2007년 07월 2007년 06월 2007년 05월 2007년 04월 2007년 03월 2007년 02월 2007년 01월 2006년 12월 2006년 11월 2006년 10월 2006년 09월 2006년 08월 2006년 07월 2006년 06월 2006년 05월 2006년 04월 2006년 03월 2006년 02월 2006년 01월 2005년 12월 2005년 11월 2005년 10월 2005년 09월 2005년 08월 2005년 07월 2005년 06월 2005년 05월 2005년 04월 2005년 03월 2005년 02월 2005년 01월 2004년 12월 2004년 11월 2004년 10월 2004년 09월 2004년 08월 2004년 07월 2004년 06월 2004년 05월 2004년 04월 2004년 03월 2004년 02월 2004년 01월 2003년 08월 2002년 04월 2001년 01월 2000년 11월 2000년 10월 2000년 01월 1998년 09월 1997년 09월 |
2019년 03월 05일
*아트인컬처는 2019년 2월호 특집으로 "마르셀 뒤샹이라는 퍼즐, 9가지 열쇳말"을 준비했다.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프랑스식 언어유희, 뒤샹의 작명법 / 이재룡 레디메이드를 둘러싼 오역과 혼돈 / 홍가이 뒤샹의 작은 미술관, ‘여행가방 속 상자’ / 양은희 ‘큰 유리’의 도상학적 비밀 / 김찬동 신부와 구혼자들, 뒤샹의 거대서사 / 유진상 에로즈 셀라비, 성정체성의 경계에서 / 박수지 ‘에탕 도네’ 미술의 메타-게임 / 임근준 ‘빈혈증 영화’ 본다는 것의 역설 / 곽영빈 뒤샹 키즈의 실험, 작품-관객의 상호작용 / 김성원 내가 본디 원고에 붙였던 제목은 "유산: 마르셀 뒤샹/로즈 셀라비에 의해/로부터 주어진 것들에 관해"였다. "주어진"을 '유산'으로 해석한 중의적 표현이었다. 하지만, 지면화된 제목은 "‘에탕 도네’ 미술의 메타-게임"이었는데, 나는 거의 언제나 편집자의 결정을 존중하므로, 이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귀한 지면을 주신 편집부에 감사드린다. / 유산: 마르셀 뒤샹/로즈 셀라비에 의해/로부터 주어진 것들에 관해 임근준 ☄ 미술·디자인 이론/역사 연구자 0. 1968년 10월 2일 자정을 넘긴 시각, 81세(한국 나이로 82세)의 마르셀 뒤샹은 파리 서쪽의 교외 도시 뇌이쉬르센의 자택에서, 느닷없이 그러나 평안하게, 세상을 떴다. 뒤샹 부부는, 오랜 친구인 사진가 만 레이, 평론가 로베르 레벨과 부부 동반으로 저녁 식사를 함께 했고, 손님들이 돌아간 뒤 거실에서 더 대화를 나눴다. 잠자리에 들기 전 욕실에 들어간 뒤샹이 평소보다 오래 머무는 것 같다는 생각에, 부인은 확인차 문을 열었고, 남편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숨을 거둔 것. 티니 뒤샹이 의사인 뒤샹의 조카에게 전화를 건 시각이 새벽 한 시경. 다음 전화는 만 레이에게 걸었고, 사진가는 기자재를 챙겨서 뒤샹의 집을 다시 찾았다, 친구의 마지막을 촬영하기 위해. 추모시에서 그는, 뒤샹이 10월 1일 자정에 세상을 떴다고 썼다. (부검이 없었으므로, 뒤샹의 사인은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보통 심장마비라고 하지만,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뇌진탕으로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시 뒤샹은 폐렴 증세로 약을 먹고 있었다고 전해지므로, 염증이 번지는 바람에 쓰러졌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 젤라틴 실버 프린트, 13×18cm ![]() (마르셀 뒤샹과 만 레이, 1968년 파리(Marcel Duchamp et Man Ray, Paris, 1968)> 16×23.9cm *만 레이의 집에서 촬영 1. 뒤샹의 갑작스런 작고 소식과 함께 새로운 미완성 대작의 존재가 알려졌을 때, 국제 미술계는 크게 술렁였다. 1969년 필라델피아미술관이 공개한 <주어진: 1. 폭포, 2. 가스등(Étant donnés: 1 la chute d'eau, 2 le gaz d'eclairage)>(1946-1966)은, 문짝 너머로 기이한 장면—풀숲에 여성이 나체로 누운 채 한손으로 가스등을 밝히고 있는 모습—을 훔쳐보도록 고안된 일종의 설치미술이었다. 공개 당시엔 에드워드 키엔홀츠, 조지 시걸의 설치 조각, 재스퍼 존스의 석고 캐스팅과 비교하는 사람이 많았다. (‘주어졌다고 할 때’, ‘~로 보아’, ‘~ 때문에’라고 번역할 수도 있겠지만, 복수형으로 ‘s’를 붙여서 말장난을 해놓기도 했으므로, 미국식 번역과 마찬가지로 특정 해석에 치우치지 않도록 간단하게 옮겼다. 논란을 피하려고, <에탕 도네>라고 발음대로 적는 경우도 적잖다.) ![]() <11번가 작업실의 <에탕 도네>(Étant donnés in the Eleventh Street Studio)> 1968년 젤라틴 실버 프린트, Philadelphia Museum of Art, Library and Archives: Étant donnés Records © Association Marcel Duchamp 2018 ![]() <주어진: 1. 폭포, 2. 가스등 (Étant donnés: 1 la chute d'eau, 2 le gaz d'eclairage[Given: 1. The Waterfall, 2. The Illuminating Gas])>의 외부 모습 1946-66년 혼합 재료의 아상블라주: 목재로 제작된 문, 벽돌, 나무, 가죽, 금속 전기자, 나뭇가지, 알루미늄, 철, 유리, 강화 유리, 리놀륨, 솜, 전구, 가스등(벡 아우어 타입), 모터, 기타 등등. 242.6×177.8cm ![]() <주어진: 1. 폭포, 2. 가스등 (Étant donnés: 1 la chute d'eau, 2 le gaz d'eclairage[Given: 1. The Waterfall, 2. The Illuminating Gas])>의 내부 모습 1946-66년 혼합 재료의 아상블라주: 목재로 제작된 문, 벽돌, 나무, 가죽, 금속 전기자, 나뭇가지, 알루미늄, 철, 유리, 강화 유리, 리놀륨, 솜, 전구, 가스등(벡 아우어 타입), 모터, 기타 등등. 242.6×177.8cm 2. 뒤샹 전문가로서 권위를 지녔던 앤 다농코트와 월터 홉스의 공동 평론(Anne D'Harnoncourt and Walter Hopps, "Etant Donnés: 1° La Chute D'eau, 2° Le Gaz D'éclairage: Reflections on a New Work by Marcel Duchamp", Philadelphia Museum of Art Bulletin 64, no. 299/300, 1969, pp. 6-58) 이래로, 많은 평자들이 이 작품의 해석에 도전했지만, 지금까지도 분명한 것은 여러 파편적 정보들뿐이다. 2009년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 개막한 <주어진> 40주년 기념전 <마르셀 뒤샹: 주어진(Marcel Duchamp: Étant donnés)>은, 그간의 모든 연구 성과를 망라하는 기회이자, 한 시대의 종막을 알리는 자리였다. 뒤샹의 유업을 사수해온 앤 다농코트 관장과 현대미술부 큐레이터 마이클 테일러(Michael R. Taylor: 다다와 초현실주의와 뒤샹을 전문 연구 분야로 삼아온 인물)가 총력을 기울인 프로젝트였지만, 앤 다농코트는 뒤샹 기념전과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 전시를 동시에 준비하다가 2008년 6월 1일 급서했고, 전시 개막 이후 공로를 인정받은 마이클 테일러는 2011년 다트머스대학교의 후드미술관 관장으로 영전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마른 나뭇가지 더미 위에 누운 여성의 누드가 뒤샹의 마지막 연인 두 명을 조합한 결과—다다식 팩토그래피 혹은 아상블라주—라는 점이다. 남편 대신 문제작의 완성을 추진했던, 알렉시나 “티니” 뒤샹(Alexina “Teeny” Duchamp) 부인은, <주어진>의 여성 누드가 자신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2009년의 기념전 <마르셀 뒤샹: 주어진>에서 보다 명확한 사실이 공개됐다. 브라질 출신의 조각가 마리아 마르틴스(Maria Martins)가 소장하고 있던 뒤샹의 편지와 기타 자료가 대중에 공개되면서 오랜 논란과 혼선에 종지부가 찍혔다. 작업의 핵심이 되는 누드 모형은, 1946년부터 1951년까지 뒤샹의 숨은 연인이었던 조각가 마리아 마르틴스의 몸통을 캐스팅한 석고를 바탕으로 했고, 1958년 수리-교체된 팔 부분만 말년의 부인 알렉시나 “티니” 뒤샹(Alexina “Teeny” Duchamp)의 것이었다. (팔 부분의 수리-교체 이후, 티니 뒤샹의 주장에 의해, 마리아 마르틴스처럼 갈색이었던 가발도 티니처럼 금발로 교체됐다.) 한편, 배경이 되는 폭포와 숲은, 포토콜라주로 짜깁기된 것인데(방법론으로 보면 역시 다다식 팩토그래피 혹은 아상블라주), 이는 오랜 동반자였던 메리 레이놀즈와 함께 했던 1946년의 여름휴가 때 스위스의 제네바 외곽에서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했다. 그런데, 가면처럼 세트를 가리고 선 입구와 문짝은, 1960년대에 뒤샹이 부인 티니와 스페인의 카다케를 여행하다가 주고받은 성적 농담에서 기원했다. 벽돌로 만든 아치형 입구는 카다케에서 보고 촬영한 것을 기초로 했고, 문짝은 실제로 마구간에서 떼어왔다. 따라서, <주어진>은, 뒤샹과 교유했던 세 명의 여성에 관한 기록이 집적된, 괴이한 아상블라주 작업으로 볼 수 있다. ![]() <무제 (왼쪽 팔)(Untitled [Left Arm]> 1959년 석고, 물감, 천연 수지(셸락), 철핀 38.26×8.73cm Philadelphia Museum of Art. Gift of Mme. Marcel Duchamp. © 2018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ADAGP, Paris/Estate of Marcel Duchamp. ![]() <폭포(I)가 있는 스위스의 풍경(Swiss Landscape with Waterfall [I]) 1946년 젤라틴 실버 프린트 17.2×18.1cm *<주어진>에 활용된 원본 사진. 1946년 스위스를 여행하며 뒤샹이 직접 촬영한 것. ![]() <합판에 콜라주한 풍경(<주어진>을 위한 배경 연구)(Landscape collage on plywood[study for landscape backdrop of Étant donnés: 1° la chute d’eau, 2° le gaz d’éclairage])> 1959년 합판에 접착 테이프로 고정한 잘라낸 사진의 콜라주, 페인트, 그라파이트, 크레용, 볼펜 잉크 67×99.4cm 3. <주어진: 1. 폭포, 2. 가스등>은, 1915년부터 1923년까지 제작-수정-보완했던 미완성 야심작 <구혼자들에 의해, 심지어, 발가벗겨진 신부(큰 유리)(La mariée mise à nu par ses célibataires, même[The Bride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Even](The Large Glass)>에 화답하는 성격을 띠었다. <큰 유리>는 성적 매력을 뿜는 기계 신부와 그에 홀려 허공에 사정하고 마는 9명의 기계 구혼자로 구성된 다이어그램을 통해, 남성들의 경쟁적 섹스어필이나 그에 부합하는 행동 양식으로는 여성의 성욕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풍자했더랬다. 많은 평자들은 이를 오나니즘의 메커니즘으로 해석했다. 반면에 <주어진>은, 남근의 대치물인 가스등을 손에 쥔 여성 누드를 배경으로 흘러내리는 폭포수를 제시함으로써, 여성 쪽의 수음을 제시했다. 하지만, 마리아 마르틴스를 ‘현실에 도착한 신부’로 간주했던 뒤샹의 편지가 공개되기 전에도, <주어진>의 여성 누드를 뒤샹의 드랙 페르소나, 즉 로즈 셀라비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1938년의 <국제초현실주의전시회>에 출품했던 마네킹 작업 <로즈 셀라비>나, 1945년의 뉴욕 고담서점 쇼윈도에 디스플레이했던 마네킹 작업 <게으른 하드웨어>와 마찬가지라는 것. 굳이 여성 누드를 남녀양성의 앤드로지니로 해석하는 경우도 흔했고, 이를 통해 남성의 성적 시선을 위해 재현되는 여성 육체는 남근과 동일 지위를 획득한다는 프로이트식 기호학 분석까지 성립됐다. 사실이야 어떠하건, 뒤샹도 프로이트식 해석을 염두에 두기는 했던 것 같다. <동페리뇽 상자>(1965년경)에 포함된 1965년의 컬러 사진 가운데, 가스등 대신 연필을 쥐고 있는 누드의 모습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펜슬과 페니스는 라틴어 어원이 같다. ![]() <연필을 쥐고 있는 <주어진>의 마네킹의 슬라이드 사진(Slide Photograph of the Étant donnés mannequin holding a pencil)> 1965년경 <동페리뇽 상자>에 포함된 슬라이드 가운데 하나 4. 지금까지 다종다양한 해석이 시도됐지만, <주어진>을 폴 세잔의 양안 시각적 회화와 그 이후의 현대미술에 대한 것으로 분석하는 경우는 보기 어려웠다. <주어진>에 두 개의 훔쳐보기 구멍이 있고, 그것이 스테레오스코프 작업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반복됐지만, ‘왜 말년의 작가는 양안 시각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였을까?’를 묻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동페리뇽 상자>(1965년경)엔, <주어진>의 구멍 시점에서 촬영한 슬라이드 필름으로 제작한 스테레오스코프 자료가 포함돼 있다. 작가는 대상을 더 입체적으로 보고 싶었던 것일까? 일안 원근법을 따르는, 사진의 평면적 재현을, 왜 뛰어넘고자 했을까? 후기인상파 스타일의 그림을 습작하던 뒤샹은, 세잔에 대한 화답으로 형성된 야수파를 모방하는 시기를 거친 뒤, 입체파의 문제의식을 회화의 전 영역으로 확장시키고자 애썼던 퓌토 그룹(Groupe de Puteaux)을 통해 신인 작가로 두각을 나타냈다. 레이몽 뒤샹-비용, 자크 비용, 알베르 글레이즈, 장 메쳉제, 로베르 들로네, 아폴리네르 등이 참여했던 퓌토 그룹에 참가하던 시기의 마르셀 뒤샹은, 득의작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 제2호(Nu descendant un escalier n° 2[Nude Descending a Staircase, No. 2])>(1912)를 <독립미술가협회전(Salon des Indépendants)>(1912년 3월 20일-5월16일)에 출품했다가 작품의 철수를 종용받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나부>는 퓌토 그룹의 <황금분할살롱(Salon de la Section d'Or)>전(1912년 10월 10일-30일)에 재출품됐지만,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 뒤샹 삼형제와 퓌토 그룹을 이끌던 기욤 아폴리네르는, 1913년 아홉 명의 화가에 대한 자신의 평문을 모아 비평서 <입체파 화가들, 미학적 명상(Les Peintres Cubistes, Méditations Esthétiques)>를 출간했는데, 뒤샹 형제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들보다는 피카소와 브라크를 높게 평가했더랬다. 특히, 마르셀 뒤샹에 관해선 ‘누드라는 진부한 주제에 천착하는 유일한 현대화가’라고 비야냥거렸고, 이를 계기로 마르셀 뒤샹은 아폴리네르에게 원한을 품었다. 뒤샹은 1965년에 ‘수정된 레디메이드(Rectified Readymade)’ 작업 <에나멜로 칠해진 아폴리네르(Apolinère Enameled)>(1916-1917)의 리플리카를 8점 제작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는 1916-1917년에 했던, 또 다른 지원된 레디메이드(assisted Readymade) 작업이다. 나는 “사폴린 페인트(SAPOLI PAINTS)”의 광고에서 글자 부분을 바꿨는데, 아폴리네르의 이름은 일부러 스펠링을 틀리게 꾸몄고, 거울에 소녀의 뒷통수도 그려 넣었다. 유감스럽게도 아폴리네르는 이 작업을 볼 수 없었다, 그는 1918년 프랑스에서 죽었으니까.” 아폴리네르가 틀렸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말년의 뒤샹은 누드라는 주제가 진부하지 않다는 점을 확증해야 했고, 현대회화운동의 원점이 되는 폴 세잔과 그의 수욕도 연작으로 거슬러 올라가, 양안 시각으로 고찰한 아르카디아적 자연과 그 시공에 통합된 누드를 재탐구해야 했다. (세잔이 여성 누드를 그릴 때 무관심[îndifference]에 가까운 시선으로 일관했듯, 뒤샹도 <주어진>과 음부에 관한 작업에서 [레디메이드 작업에서와 마찬가지로] 무관심의 태도를 유지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 <에나멜을 칠한 아폴리네르> 1916-17년 판지를 덧댄 채색 양철에 구아슈와 흑연 24.4×34cm Philadelphia Museum of Art: The Louise and Walter Arensberg Collection, 1950 © Association Marcel Duchamp 2018 5. 양안 시각으로 아르카디아적 자연 속의 누드를, 특히 음부를 보도록 관객을 유도할 때, 뒤샹은 미술사적 레퍼런스를 동원한 관련 드로잉 작업들—크라나흐와 르라슈와 쿠르베 등을 참조하고 지시하는—을 통해, 미술에 관한 미술의 메타-게임을 성립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 같다. 음부가 시중력을 독점하는 일종의 소실점이 된다는 점을 의식했기에, 작가는 음부 마개 혹은 가리개가 되는 <여성 무화과 잎> 등의 부가 연작도 공들여 제작했을 터. 6. 1969년 이후, <주어진>에 화답하는 수많은 작업이 시도됐다. 예컨대, 조각가 로버트 고버의 개수대와 수채 구멍 작업이, 뒤샹의 <샘>(1917)과 <욕조 마개>(1964/1967)에 대한 대응물로서 고안됐다는 점엔 거의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매튜 바니의 <크리매스터 연작>(1994-2002)이, <주어진>의 여성 누드를 앤드로지니로 해석하는 경향, 특히 과장되게 부푼 음문 주변을 고환의 탄생 징후로 봤던 장-프랑수아 리오타르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은 잘 논의되지 않는다. (비고: 크리매스터 근육은, 남성의 고환과 여성의 난소가 발현되는 과정에서 각각 하강과 상승을 이끄는 힘줄이다.) <주어진>에 화답하는 주요 작업으로 거명되는 사례들에도 어떤 편향이 있다는 점은, 다소 흥미롭지 않게 흥미롭다. 7. 뒤샹은 ‘<주어진>의 설치가 완료된 이후 15년간 작품의 촬영을 비롯한 일체의 재현을 금한다’는 카산드라 재단(Cassandra Foundation)과 필라델피아미술관의 합의를 남기고 세상을 떴다. (<주어진>은, 1966년 완성된 이후 동료이자 수집가였던 윌리엄 코플리에게 판매돼 카산드라 가족 재단의 소유가 됐고, 1968년 필라델피아미술관에 기증하는 일이 추진되기 시작해 1968년 1월 작업의 기증과 설치가 최종 승인됐다.) 따라서 1969년 이후 최소 15년 동안 <주어진>은 사진 이미지의 형태로 대중에게 알려진 바 없다. 반드시 방문해서 두 눈으로 직관해야 하는 특별한 시기를 설정해놓음으로써, 작가는 자신의 사후 고조된 관심과 논쟁을 최대치로 증폭시키는데 성공했다. (필라델피아미술관에 작업을 이전-설치하는 일은 뒤샹의 의붓아들 폴 마티스[앙리 마티스의 손자]와 당시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였던 앤 다농코트[모마의 제2대 관장 르네 다농코트의 딸]가 맡았다.) 8. 예외는 있었다. 1976년 필라델피아미술관 이사회는, 퐁피두에서 이듬해에 열릴 뒤샹 회고전을 위해, ‘<주어진>의 내부 사진을 촬영해 스테레오스코픽 프로젝션을 구현하겠다’는 빌리 클뤼버와 로버트 라우션버그의 제안에 협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코플리는 반대했지만, 다농코트가 적극적으로 예외를 주장했고, 최종적으로 티니 뒤샹이 사용을 허락했던 것.) 9. 뒤샹의 마지막 미완성 작업은 스페인풍의 벽난로를 만들고 그 모습을 적록의 입체 사진으로 제작하는 것이었다. 청색과 적색의 색연필로 제작한 1968년의 스케치와 중간 제작 단계를 기록한 만 레이의 사진이 남아 있었는데, 나중에(2007년/보도는 2008년) 스페인 카탈루냐의 카다크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재발견됐다. (뒤샹의 프로테제 리처드 해밀튼이 2007년 9월 21일에 해당 장소를 방문해 뒤샹의 벽난로가 맞다고 확인했다.) 실제로 사용하려고 디자인한 벽난로였지만, 망실된 레디메이드 작업 가운데 굴뚝 환풍기가 있었고, 또 물(수도)과 가스와 그 배관을 작업의 유비로 삼았던 바 있으므로, 벽난로와 굴뚝도 ‘뜨거운 열기를 품고 이동하는, 음이면서 양인 공간’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 10. 더 그럴듯한 말년의 미완성 유작으론, <프로필로서의 시계(La Pendule de profile)>(1964)를 꼽을 수 있다. (1973년 기념비적 회고전을 큐레이팅했던 모마의 키내스턴 맥샤인은, 이 작업을 맨 마지막에 배치했다.) 뒤샹은 “프로필로서의 시계, 공간의 감독관”이라는 메모를 적어 <녹색 상자>(1934)에 포함시켰는데, 1958년에 “시계를 프로필(옆모습)로 보면, 더는 시간을 말하지 않는다”는 해설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뭔가를 제작한 것은 1964년의 일로, 로베르 르벨의 책 <이중 시각(La Double vue)>(1964)의 딜럭스 버전을 위해 드로잉과 모크업을 만들고 또 111점의 멀티플을 제작했다. 이 모호한 작업은 뒤샹에게 영향을 준 키스톤사의 아이콤포트스테레오스코프 매뉴얼(스테레오스코프 이미지를 보면서 시점을 이동시켜 눈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을 제시하는)과 관련이 있지만, 완결성을 띠는 작업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시간 순서대로 시점을 이동시켜 눈을 편안하세 만드는 방법을 시계 읽기에 적용하면, 새로운 공간을 읽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아무튼,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의 대표작 <무제(완벽한 연인들)>(1991)은, 뒤샹의 ‘시간을 뛰어넘어 공간으로 향하는 시계’로부터 영감을 받았을 터. ![]() <프로필로서의 시계(La Pendule de profile)> 1964년 카드보드 멀티플에 검정색 잉크, 연필로 서명, 111점 가운데 100번 낱장 크기 280×220mm, 상자 크기 400×300×119mm ![]() 11. 문짝은 뒤샹의 가면이고, 가면은 ‘가려진 진실’을 창출한다. 물신적 이미지/스펙터클의 이면에 보다 심오한 법칙과 가치가 작동하고 있으리라 추정하게 되는 것은, 기독교적 상징 해석의 추동 때문이다. 이면엔 부재가 실존한다. 영역 너머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뒤샹은 죽어서도 판단유예의 시공을 활보하는 중이다; 아직은 그렇다. /// ![]() 추신) 1967년, 노년의 마르셀 뒤샹은 루앙에서 뒤샹 가족전, <뒤샹 가족: 자크 비용, 레이몽 뒤샹-비용, 마르셀 뒤샹, 쉬잔 뒤샹(Les Duchamp: Jacques Villon, Raymond Duchamp-Villon, Marcel Duchamp, Suzanne Duchamp)>을 기획하기도 했다. (축소 버전으로 파리의 국립현대미술관[Musée National d'Art Moderne]에서 전시된 적이 있기도 하다.) 그는 현대미술을 일종의 가족 사업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추신2) 흥미롭게도 백남준의 1963년 개인전 <음악 엑스포 – 전자 텔레비전(Exposition of Music – Electronic Television)>에서, 기호학적으로 <주어진>과 유사한 작업을 발견할 수 있다. 갤러리 파르나스(Galerie Parnass)는 롤프 예를링(Rolf Jährling)의 집 일부를 활용했던 전시 공간이었지만, 당시 백남준은 지하실을 포함한 건물 전체를 전시에 활용했다. 백남준은 맨 위층의 욕실(롤프 예를링의 모친이 사용하던) 욕조에 팔이 없는 쇼윈도용 마네킹을 상하가 분리된 모습으로 익사시켜 놓았더랬다. (팬티만 입혀 놓은 마네킹의 상체는 머리와 함께 물에 잠겨 있었고, 하체의 다리는 욕조 밖에 걸쳐져 있었다. 오른쪽 다리는 부러졌고, 왼쪽 다리는 하이힐을 신은 모양이었다.) 이 작업 앞에서 백남준은 간단한 퍼포먼스를 행했다. 가면을 뒤집어서 자신의 얼굴에 대고 눈구멍을 통해 욕조에 빠진 여체를 바라보았던 것. 뒤샹의 <주어진>을 가면이라고 볼 때, 백남준은 뒤샹이 주창한 예술 계수의 이상적 관객-예술가가로서 <주어진>에 사전 화답한 셈이 된다. (비고: <주어진>의 문짝에 수많은 관객이 얼굴을 들이대고 작업을 관람하는 사이, 문짝엔 때가 탔고, 얼굴의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토리노의 수의처럼 뵌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이 되려나?) ![]() 추신3) 조각가 마리아 마르틴스(1894-1973; 결혼 전 본명은 마리아 드 루르데스[Maria de Lourdes])는, 1939년 주미 브라질 대사로 임명된 남편과 함께 미국에 왔다. 1943년엔 발렌타인갤러리에서 말년의 몬드리안과 2인전도 가졌다(전시명은 <마리아: 새로운 조각 그리고 몬드리안: 새로운 회화(Maria: New Sculptures and Mondrian: New Paintings)>였다). 오늘날 모마가 자랑하는 몬드리안의 걸작 <브로드웨이 부기우기(Broadway Boogie Woogie)>(1942-43)는, 당시 마리아 마르틴스가 800달러에 구매해 곧바로 익명으로 기증했던 것. (지금도 모마의 공식 자료엔 익명 기증품으로 표기돼 있다.) 마리아 마르틴스를 뒤샹의 내연녀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뒤샹이 대사 부인 마리아 마르틴스의 내연남이었던 것은 맞지만, 뒤샹은 기혼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옳은 표현이 아니다. 뒤샹은 마리아 마르틴스에게 본인의 작업을 몇 점 선물했는데, <여행 가방 속 상자>엔 정액으로 그린 드로잉과 체모(아마도 머리카락과 양쪽 겨드랑이 털과 음부의 털)로 제작한 도판이 포함돼 있다. (체액 그림은 마리아 마르틴스의 드로잉과 엣칭을 모방한 오마주 작업이다.) 아무튼, 마리아 마르틴스는 1951년 브라질로 돌아갔고, 뒤샹은 1954년에 알렉시나 “티니” 새틀러(1949년에 피에르 마티스와 이혼한)와 결혼했다. 마리아 마르틴스는 상파올로비엔날레의 출범에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1951년의 제1회 때는 유일한 여성 초대 작가였고, 1953년의 제2회 때는 2등상을 탔고, 1955년의 제3회 때는 “최우수 브라질인 조각가상(Best Brazilian Sculptor)”을 타며 공로를 인정받았다. ![]() **지면화된 원고와 다른, 미축약 미교열 버전입니다. 퍼옮기지 마시길 부탁합니다. (링크와 RT는 환영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