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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13일
김두진의 작업에 대한 비평적 메모: ≪게이의 방≫에서 ≪대지≫로
이정우(임근준), 미술·디자인 이론/역사 연구자 1. 김두진 작가는 199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며 커밍아웃한 게이 미술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첫 번째 개인전의 제목은 ≪게이의 방≫(아트팩토리)이었다. 2. 아직 오인환 작가는 국내에서 활동하기 전이었으므로,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그와 관련된 주제와 형식으로 창작하는 한국인 미술가라면, 그가 두 번째, 혹은 세 번째쯤 됐을 것이다. 3. 내가 김두진을 처음 만난 것은 1997년이었다. 학부 3학년생이었던 그는 미술대학의 복도에서 에이즈와 관련된 작품을 만들고 있었고, 어디로 봐도 흥미로운 게이 작가였다. 명함을 건네고 대화를 나눴다. (직접 만나기 전에 이미 그의 작업—유아용 인형에 물리적 변형을 가해 언캐니한 형상을 도출하는 일련의 습작들—을 과제전에서 본 터였다.) 4. 김두진이 학부 졸업전시에서 선뵌 퀴어 미술 작품 ≪우리는 그들과 함께 태어났다≫(1998)는, 미켈란젤로의 명화 ≪낙원으로부터의 추방(Caduta dell'uomo)≫(1509-1510)을 전유(appropriate)해 기호학적으로 재맥락화한 알레고리 회화였다. 방법론이나 양식으로 치면, 데이비드 샐리 등의 신구상 회화 세대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해 뵀다. 이 그림은 일종의 대외적 커밍아웃으로 작용했다. 즉 김두진은, 작업으로 먼저 커밍아웃한 사람이었다. 5. 그러나, 김두진은 회화 작업과 함께, 영상 작업과 개념적 설치 작업을 병행했다. 어떤 매체로 작업하든, 작가는 전유를 통해 원전에 내재된 전복적 퀴어함을 노출-강화하는 재맥락화의 방법을 지속적으로 실험했다. 1990년대 초중반의 국제현대미술계를 관통했던 두 주제, 즉 ‘포스트휴머니즘의 시점으로 재인식-재고찰하는 비천한 육체’와 ‘중산층 가족 문화의 위선적 구조나 차원을 낯설게 만들어 추출해내는 언캐니함’이 김두진의 초기 작업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했다. 몇몇 개념적 설치 작업에선 스승 윤동천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6. ‘포스트휴머니즘의 시점으로 재인식-재고찰하는 비천한 육체’라는 시대적 주제를 통해, 작가는 이상화된 육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이 남성 공동체의 페티시즘과 그에 대비를 이루는 병든 육체, 그리고 서구적 미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아시아 남성의 무성화한 육체 등의 이슈를 탐구했다. 반면, ‘중산층 가족 문화의 위선적 구조나 차원을 낯설게 만들어 추출해내는 언캐니함’을 통해 작가는, 한국의 모순적 가족 문화에 대한 트라우마를 노출하고 또 대면했다고 볼 수 있다. 7. 2008년경까지 전유를 통한 맥락 전조의 방식으로 영상 작업을 지속하던 작가는, 2009년 갑자기 작업의 방향을 틀어, 컴퓨터그래픽스를 이용한 ≪스킨(Skin)≫ 연작을 개시했다. 어디로 봐도 신기술 친화적 인물은 아닌 그가, 렌더링 프로그램(비고: 마야와 라이트웨이브를 사용)을 이용해 노동 집약적인 작업을 전개한다는 사실엔, 다소 모순적이고 또 상당히 자학적인 면이 있었다. (컴퓨터그래픽스로 작업하려면, 지속적으로 기술 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그게 미술가의 입장에선 소모전이 되기 십상이다.) 8. ≪스킨≫ 연작에서 김두진은, 19세기의 신고전주의 화가 윌리암-아돌프 부그로(William-Adolphe Bouguereau)의 그림들을 원전 삼아, 렌더링 프로그램으로 등장인물들의 뼈대를 유추하고 도상을 재구축해냈다. 그렇게 구현한 렌더링 이미지는 어떤 각도로든 출력할 수 있지만, 작가는 굳이 원본에 상응하는 시점—대부분 원본과 거의 동일하지만, ≪비너스의 탄생≫ 같은 경우엔 시점을 자의적으로 조절했다—으로 출력하는 방법을 고집했다. 이유를 물으니, ‘원본과 함께 전시됐을 경우를 상상해봤을 때, 원본에 복속되지 않으면서도 호응을 이루는 긴장 관계를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예전에 제작한 회화 작업들이 각각 원전이 되는 그림들과 한 자리에서 전시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면, 다소 낭패스러운 지점이 없지 않다는 것.) 9. 얄구지럽게도 김두진은 등장인물이 여성인 경우에도 모두 남성의 뼈로 교체해 놓았는데, 그렇다면 이 해골의 도상학은 일종의 드랙쇼가 되는 셈이다. (약간의 예외가 있다: ≪바쿠스의 젊음≫(2010-2011)과 ≪비너스의 탄생≫(2011)에 등장하는 켄타우로스의 뼈다. 켄타우로스의 뼈를 구현하기 위해 작가는 수의사에게 조언을 구했고, 심장이 두 개가 필요할 것이라는 가설 아래, 사람과 말의 골격을 변형-합성했다. 반면, 천사들의 날개 골격은, 모두 박쥐의 뼈로 구현됐다. 즉, 천사의 본질이 악마가 되는 셈. 다만, 첫 번째 시도였던 ≪사랑에 저항하는≫(2009)의 경우엔, 큐피드의 날개가 일반적인 조류의 날개로 구현돼 있다.) 10. ≪스킨≫ 연작에서 ≪달콤한 음모(A Sweet Conspiracy)≫ 작업만은 원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마도 윌리암-아돌프 부그로가 산의 님프들을 그린 ≪오레아데스(Les Oréades)≫(1902)에 대응하는 예외적 창작물이 아닐까 한다. 11.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원전으로 삼은 대상이, 미술사에서 가치 절하된 아카데미 화가 윌리암-아돌프 부그로의 그림이어야 했을까? 김두진은 윌리암-아돌프 부그로의 현실 도피적 눈속임미술과 그것이 구현하는 이상화된 아름다움에서 어떤 퀴어함의 원형을 본 것일까? 윌리암-아돌프 부그로는 소위 클로짓 게이였을까? 윌리암-아돌프 부그로에게, 이상화된 모습으로 그려지는 여성 주인공들은 분신이나 다름없었던 것일까? 12. 하지만, 윌리암-아돌프 부그로가 애써 구축한 허상적 아름다움의 세계를, 왜 굳이 노동 집약적 과정을 통해 을씨년스러운 해골의 렌더링 이미지 세계로 전치해야 했을까? 그 이유는 분명치 않다. 원전을 망치고 싶어서? 죽음이 모든 인간 존재의 본질이어서? 건강한 육체의 이미지에 집착하는 게이들이 지긋지긋해서? 이렇게 작업하면, 게이 사회에 이성애자 사회 양쪽 모두에게 던지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가 되나? 13. ≪스킨≫ 연작은, SeMA 서울시립미술관 작가 지원 프로그램의 후원으로 진행된 2011년의 개인전 ≪스킨≫(노암갤러리)으로 1차 정리됐었지만, 2017년까지 신작 제작이 지속됐다. 14. 2012년의 ≪걸작(Masterpieces)≫ 연작에서 김두진은 마사치오(Masaccio)의 프레스코 ≪에덴동산으로부터의 추방(Cacciata dei progenitori dall'Eden)≫(1425)을 원전으로 삼았다. ≪스킨≫ 연작에서 원작에 상응하는 시점을 유지하면서 타블로를 구성하는 일이 다소 지겨웠던지, 이번엔 렌더링해낸 해골의 도상들을 새로운 시점으로 출력-제시했다. (비고: 사용한 3D 프로그램은 마야였다.) 15. 아담과 이브의 갈비뼈 이미지를 담은 24점의 연작으로 구성된 작업 ≪아담과 이브≫를 보면, 골격이 크롬의 금속성으로 렌더링 됐는데, 자세히 보면 어떤 회화의 장면이 반사되고 있다. (소돔과 고모라를 상상하며 작가가 재구성한 콜라주 장면—난교의 장면을 담은—이라고 한다.) 16. 2012년 갤러리선컨템퍼러리에서 개인전 ≪걸작≫을 개막할 때, 작가는 메이플소프의 사진 작업 ≪켄 무디와 로버트 셔먼(Ken Moody and Robert Sherman)≫(1984)과 쿠르베의 문제작 ≪세상의 기원(The Origin of the World)≫(1866)을 원전으로 삼은 작업도 함께 전시했다. 17. 그러나, 2012년의 ≪걸작≫전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그가 다시 한 번 개념적 설치미술의 어법을 이용해, 전에 한 적이 없던 퍼포먼스 작업을 시도했다는 것이었다. 작가는 전시장의 쇼윈도 앞에 본인이 디자인한 기이한 모양의 의자—정사면체가 거꾸로 바닥에 박혀있는 형상인데, 윗면 중심엔 X축을 당겨 뾰족하게 늘여놓은 정사면체가 장치돼 있다—를 설치하고, 게이 커플을 전시해놓았었다. 전시장과 의자의 색상은 스칼렛; 즉 동성애가 오늘날 주홍글씨가 된다는 뜻이겠다. 한창 스마트폰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인기일 무렵이었지만, 흥미롭게도 전시된 남남 커플의 모습은 소셜미디어에 나타나지 않았다. 진짜 게이 커플이라고 생각한 관객들이 사진을 찍기는 해도, ‘아우팅’되면 안된다며 알아서 자진 검열을 했던 것. 하지만, 퍼포머 두 명은 이성애자였다고 한다. 18. 하면, 게이 커플을 위한 의자는 어떤 맥락에서 그런 기하학적 모양이 됐을까?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랑의 비동시성이 갖는 비극성에 대한 유비라고 한다. 그리고 동시에 서로 사랑에 빠지는 마법을 기원하며 의자 아래에 부적까지 붙였다나. 19. 2016년에 시작한 ≪대지(Earth)≫ 연작에서 김두진은, 사슴 소 염소 등 초식 동물의 뼈(의 3D 데이터)를 렌더링의 재료로 삼아 다시 한 번 메멘토 모리의 도상학을 심화하는데, 첫 번째 작업은 ≪대지(Mother Earth)≫(2016)였다. (비고: 사용한 프로그램은 후디니.) 실험 단계의 작업이었으므로, 원전을 참조적으로 비평하는 맥락은 없었다. 20. 시험작 이후, 작가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을 원전 삼아 본격적으로 새로운 도상학의 체계를 발전시킨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기본 구성은 아침볼도(Giuseppe Arcimboldo)의 ≪4원소(I quattro elementi)≫(1566)를 참고했고, 약육강식의 인간 세계에서 권력 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한 백인종 남성의 이상화한 육체미를 상징하는 대상으로서 미켈란젤로의 조각을 호출했으며, 사슴 소 염소 등 초식 동물의 뼈는 자연계의 먹이사슬에서 최하위에 속하는 약자의 상징으로 호출했다고 한다. 21. ≪다비드≫(2015-2017)를 출발점으로 볼 때, 작가가 비평할 대상으로 삼은 미켈란젤로의 조각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다비드≫, ≪모세≫, ≪피에타≫와 같은 기독교적 주제의 환조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쿠스≫, ≪헤르메스≫ 와 같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를 재해석한 환조들이었고, 나머지는 ≪죽어가는 노예≫와 ≪토르소≫처럼 르네상스 당대의 주제와 육체를 다룬 환조다. 따라서 작가는, 미켈란젤로의 입체 작업을 렌더링으로 전유해 다시 평면으로 제시하기 위해, 고부조 양태의 작업으로 번안하는 과정을 진행해야 했다. 별 것 아닌듯해도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같은 스케일의 작업으로 포집하려면, 여러 조절이 필요하고, 특히 렌더링 과정에서 조명 처리가 중요해진다. (전반적으로 통일성을 추구했지만, 광원의 설정과 조도의 조절 등 빛을 처리한 방식에 주목하면, 작업별로 개별성이 현저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자세히 보면, 뼈와 뼈가 맞물리는 방식도 작업마다, 그리고 작업 군마다 조금씩 다르다.) 22. ≪대지≫ 연작에서 예외에 속하는 또 다른 작업이, ≪마스크≫(2017)다. 전쟁에서 얼굴을 다친 사람을 위해 제작된 마스크를 원전 삼아 제작한 원형 구성의 타블로다. 23. 2017년 리안갤러리에서 개막한 개인전 ≪대지≫에서 발표한 신작들은, 전작들과 다른 정조를 띠었다. 연구자들에 의해 동성애자로서의 성지향을 지녔던 것으로 밝혀진 미켈란젤로의 주요 환조 작업을 전유해, 르네상스적 남성 육체의 이상을 다시 무로 환원되는 죽음의 도상으로 전치하는 일련의 과정을 추적해보면, 기성의 가치를 전복하고 오염시키겠다는 청년 시절의 욕망이 크게 퇴조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전유를 통해 원전에 내재된 전복적 퀴어함을 노출-강화하는 포스트모던한 성격과, 원전을 오염시키고 망쳐버리겠다는 헤테로토피아적 의지는, 어느덧 말년성—테오도르 아도르노를 통해 에드워드 사이드가 논했던 의미에서의 말년성—의 정조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새로이 작업 세계 전반을 지배하게 된 주제는, 을씨년스럽게도, 삶의 덧없음이다. 24. 김두진이 직조해낸, 수사슴의 뼈가 두드러지는 메멘토 모리의 세계는, 포스트-퀴어의 퍼스펙티브로 미술사의 한 장면과 해석의 방식을 재고찰하고 있지만, 결국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국제적 동성혼 법제화와 프렙의 확산으로 HIV 신규 감염자가 줄고 있는 시대에, 전복성을 추구하는 퀴어 아트의 전략은 어디까지 유효하겠는가? [...] ‘나는 왜/어떠한 미술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작가는 미켈란젤로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뵈기도 한다. 25. 가설적 대화의 알고리즘이 도출해내는 답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작가에게도 어떤 탈출구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도, 더 시간이 필요할 터. 어차피 메멘토 모리도, ‘아직은 죽지 않은 이들’을 위한 것 아니던가. 환언하자면, 퀴어 미학은 죽게 생겼지만, 여기에서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말씀이다. /// *2018년 12월 고양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위해 작성한 글. **교열과 진행에 애써주신 심연정 선생님(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 전시2팀 고양레지던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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