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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 03일
2023년의 서울에서 만나는 로버트 맨골드: 시적 미니멀리즘이라는 역사적 갈림길의 용도
글 _ 이정우(임근준), 미술·디자인 역사/이론 연구자 “나는 관객에게 문제를 설정해 제시하는걸 좋아한다. 예를 들어, 보통 그림의 중심에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하면 중심이 빈 원형은 시각적으로 어떻게 다뤄지는가? 마치 메인 코스가 없음에도, 보통 메인 코스에 놓이는 모든 것들을 다뤄야 하는 경우와 같다.” - 로버트 맨골드(Robert Mangold, 1937-) ![]() 1972 work on paper 33 x 27.9 cm No. 48761 ![]() 1989 acrylic and black pencil on canvas 175.3 x 322.6 cm No. 21651 ![]() 1990 acrylic and back pencil on canvas 243.8 × 326.4 cm No. 76822 ![]() 1993 graphite on paper 105.4 × 148.6 cm No. 24458 ![]() 1994 graphite and black pencil on paper 55.9 x 76.8 cm No. 48754 ![]() 1996 acrylic and black pencil on canvas 228.6 x 503.6 cm No. 28719 2023년 1월 20일 서울의 페이스갤러리에서 ≪로버트 맨골드: 회화와 종이 작업 1989-2022(Robert Mangold: Paintings and Works on Paper 1989–2022)≫전(20230120-0311)이 개막했다. 1994년 9월 국제화랑에서 로버트 맨골드 개인전이 열린 이후 처음이니, 29년만의 일이다. 1990년대 초중반 한국의 현대미술계에서 도널드 저드나 로버트 맨골드의 개인전은, 장소 특정성의 시대의 바탕이 된 매체 특정성의 논리를 재확인하는 기회로 작용했다. 하면, 2023년의 로버트 맨골드 작품전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은 한국(혹은 서울)의 현대미술계에서, 어떤 의의를 지니는 것일까? 1960년대 미국에서 성립된 형식주의 미술의 여파는, 왜 오늘의 미술가들과 미래 세대에게 여전히 인식론적 극복의 대상이 될까? 페이스갤러리의 ≪로버트 맨골드≫전은, 1989-1996년 시기의 작업과, 2013-2022년 시기의 작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역시 ‘회화의 존재 조건을 탐구하는 회화’를 탐구해온 약 60년의 흐름을 읽으려면, 1960년대의 작업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다. 최근의 작업에서 특유의 드로잉, 즉 연필선들이 사라졌기에, 작가는 과거와 달리 드로잉과 회화 작업을 한 자리에 함께 거는 모습을 취했다. 이러한 태도의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변형된 지지체로 구현된 색면추상의 근작만을 보자면,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y, 1923-2015)의 빈자리를 잠식하려 드는 것처럼 뵈기도 한다. ![]() 2013 acrylic and black pencil on canvas 153 x 153 cm No. 57556 ![]() 2015 acrylic and black pencil on canvas 127 × 251.5 cm No. 63572 ![]() 2017 acrylic and black pencil on canvas 152.4 × 261.6 cm No. 69960 ![]() ![]() 2019 pastel and black pencil on paper 57.8 × 76.2 cm each No. 79649 전성기의 맨골드는 (청년기의 엘스워스 켈리와 마찬가지로) 직해주의적 태도로 일상의 사물에서 색채를 취하는 모습을 뵀다. 미묘한 채색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에어브러시로 유성 안료로 그라데이션을 만들고, 그 위에 롤러로 색면을 입힌 뒤, 붓으로 아크릴 물감을 칠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 그는 임의적 색채를 취해왔고, 점차 과거의 엄정성은 희석되고 있다. 캔버스 제작부터 모두 손수 작업하기를 고집해왔기에, 작업의 규모가 점차 작아지고 있기도 하다. 말년성의 발현은, 작업 세계에 어떤 변화를 야기할까. 당신의 예측은 어떠한가. 어떤 미래가 뵈는가. 근미래에, 형식주의를 실험한 세대가 모두 세상을 뜨게 되면, 현대미술계는 어떤 변화를 맞게 되겠는가. ![]() 2022 acrylic on canvas 120 × 131.4 cm No. 80917 청년 로버트 맨골드는 1962년 모마에서 수위로 일하며 현대미술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는 개념미술가 솔 르윗이나 루시 리파드의 경우과 상당히 유사했다. (루시 리파드는 1958년의 모마 화재 사건 직후 도서와 문서 자료의 정리를 맡았던 적이 있고, 솔 르윗도 모마의 경비원이나 도서관 지킴이로 일하며 미술계의 일원이 됐다.) 실제로 셋은 가까운 동료로서, 작업 세계를 통해 추구하는 가치에 있어서도 공통점을 뵀다. 맨골드는 미니멀리즘 회화를 추구하면서도, 개념미술가로서의 관점과 태도를 갖고 ‘과정’을 조형의 대상으로 사고했다. 그런데, 완전한 형식주의를 지향하면서도, 그 안에서 재현을 가능케하는 회화의 기본 언어—면의 분할과 선의 질주—를 다루고자 했다(1980년대에 포스트모더니즘이 본격 대두하고, 동시대미술의 시대가 활짝 열린 뒤로 그러한 면모가 강화됐다). 파이든출판사의 소유주 리처드 슐래그먼(Richard Schlagman)의 제안으로 1996년에 모노그래프 출간을 위한 조사 연구 작업을 시작해 2000년에 비로소 작업 세계를 총괄하는 도록을 출간했는데, 그 이후로는, 형식주의의 골격을 유지한 채로, 추상의 언어를 장식적으로 활용하는, 여유 있는 모습을 뵈기도 했다. (‘감긴/웅크린 형상 회화[Curled Figure Paintings]’ 연작은, 다소간 자기 풍자의 성격을 띠었다.) 맨골드가 제작한 캔버스들을 보면, 어린이 공작 교실을 위한 안내서가 제작 과정을 도해하듯이, ‘지지체가 그림으로서 그려진 요소들과 결합하는 방식’을 스스로 드러낸다. 친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설명적이지는 않지만, 스스로 구조를 드러내 이야기한다. 어쩌면 그러한 ‘그림의 자가 진술’이 그려진 색면이나 선 같은 개별 요소보다도 중요했다. 기하하적 구성 이상의 의미로 재구조화된 메이소나이트 지지체나 셰이프드캔버스(shaped canvas: 그림에 맞춰 최적화된 모습으로 물화되는)를 통해, 맨골드는 스며드는 색채와 그 위와 사이에서 그림의 기본 언어를 메타-사유하고자 했다. (비고: 맨골드가 캔버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해는 1968년이었다.) 1966년 구겐하임미술관의 기획전 ≪전체에 작용하는 회화(Systemic Painting)≫(큐레이터: 로렌스 앨로웨이[Lawrence Alloway]), 1972년 ≪제5회 카셀도쿠멘타(documenta 5)≫(총감독: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에 주요 작가로 초청되는 등, 그는 매체-특정성의 회화와 조각에서 장소-특정성의 미술로 이어지는 미술사적 대전환의 과정에서 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다소 기이하게도 맨골드는 현대미술의 전개 과정에서 다소간 주변부화된 인물이기도 하다. 미니멀리즘 회화의 특정 논점에서 핵심이 되는 인물로 다뤄졌지만, 아무래도 바넷 뉴먼식 색면추상에서 본격적인 미니멀리즘 조각으로 중심축이 이동해가는 과정 속에서, 물감으로 구현하는 색채를 담아내는 캔버스는 덜 중요한 방법으로, 지나치게 구식 재현 미술의 전통과 가까운 것으로 간주됐다. 본격적으로 ‘물성에 의해 귀결되는 형태’를 실험하고 탐구하는 작가들(칼 안드레, 리처드 세라, 에바 헤세 등)이 나타날 때, 맨골드와 같은 시적 추상의 미니멀리즘 캔버스는 다소 모순적이고 또 다소 안이한 것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맨골드와 동세대였던 이들이 전통과의 단절을 표방했다면, 맨골드는 단절이 아닌 재연결, 연결의 재창조를 바랐던 것처럼 뵈기도 한다. 예컨대, 맨골드의 캔버스들은, 마티스의 반즈 벽화들에 대한 화답이나, 혹은 르네상스 시기의 벽화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처럼 뵈기도 하는 것. 솔 르윗이 홍수 피해를 입은 피렌체에서 떨어져나간 프레스코 회벽 아래의 원근법 안내선들을 보고 ‘월 드로잉(wall drawing)’ 연작을 위한 영감을 얻었듯, 맨골드도 회화적 환영을 창출해온 체계의 진실을 드러내는 ‘메타-회화’를 그려내고자 했다. (맨골드의 작품들을 ‘조각적 회화‘ 혹은 ’성찰을 위한 사물이 되는 그림‘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지만, 정작 화가는 자신의 그림을 하나의 시점에서 고찰하는 평면적 회화의 게임으로 한정했다. 즉, 환경 속에 놓이는 사물임을 주장하는 특정성의 오브제는 아니라는 것.) 한데, 그림의 본질, 그리기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현상학적 열망은, 현대미술가들의 플라톤 콤플렉스에 기인한다. 플라톤의 본질주의가 자연의 고찰로부터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연의 추상에서 벗어나 기계 문명의 추상으로 나아간 역사는 다소 배반이나 반칙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과학 기술 문명을 다시 의사 자연으로 사고해온 서양인들의 추동은, 그러한 모순의 극복을 위한 장치가 되는 셈이고. 자연으로부터 인상을 받아야 하거나, 도시로부터 인상을 받아야 했던 한계에서 벗어나는 길엔 몇 가지가 있을까. 잭슨 폴락처럼 ‘내가 자연이다’라고 선포할 수도 있지만, 그를 더 이성적으로 재해석해, 뇌의 시지각 작용의 세계로, 뇌내 시각장으로 논점을 이동시키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 흥미롭게도, 뇌내 시각장의 문제를 다루는 추상미술가 가운데 다수는 한국전 세대였다. 솔 르윗 돈 저드 댄 플레이빈 제임스 터렐 등을 보면 공통점이 확연하지만, 아직 한국전 시기의 경험과 추상미술의 논점 변환의 문제는 심도 깊게 논의된 적이 없다. 맨골드의 캔버스들을, 그림의 추창조, 즉 뇌내 시뮬레이션에 대한 게임으로서 독해하면, 여러 흥미로운 이슈들이 파생된다. 서양의 현대미술운동사를 보면, 색의 미술가들이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면, 다시 형의 미술가들이 나타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모종의 패턴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인상파의 색과 형태를 붕해시키는 붓질에 만족할 수 없었던 세잔이, 그림을 그리는 자의 진실을 사고하며 화면의 구조화를 탐구했던 일, 그리고 말년에 이르러 현대미술의 참된 창시자로 추앙받게 된 까닭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추상표현주의가 색으로 다시 형태의 붕해를 야기하면, 다음 세대는 창조적 붕해의 상황 속에서 형태의 논리를 재정립해야만 했다. (반면, 한국의 단색화는 수행적 그리기를 통해 그림의 본질을 탐구했지만, 대개 점과 선의 문제로 환원했을 뿐 형태의 논리를 외면했다.) 맨골드는 색과 형의 조화를 추구했다. 그것은 그의 장점이기도 했지만, 과도적 모호함과 동어반복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는 모종의 형식주의 메소드를 확립한 작가들의 약점이자 숙명이었다. 사전에 수립된 가설과 전제에 따라 비창조적 방식으로 창작을 전개하는 일은, 당시엔 예술(특히 앞세대의 초현실주의와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과도한 환상이나 예술가와 예술의 자율성 사이에 존재하는 불균형을 극복하는 진보적 실천이었다. (한국에선 단색화가 일종의 득도-예술이 되고 말았지만.) 맨골드 세대의 또 다른 약점은, 아이디어 기반의 작업이라 구현 과정이 다소 재미 없는 단순 노동이 된다는 점이(었)다. 유기적 사고를 반영하는 개념주의적 회화의 영역은, 라우션버그의 조수 출신 브라이스 마든(Brice Marden, 1938-)이 개척했다. 맨골드의 친구이기도 한 마든도 나뭇가지를 이용해 (색면을 최적화의 감각으로 분할하는) 유기적 선을 긋기 시작한 것은 1985-86년 이후의 일. (맨골드를 보다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재해석한 성격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마든도 메소드의 재확립 이후 반복 변주의 시공에 머물렀다. (따라서 여전히 유기적 사고를 반영하는 개념주의적 중층 회화의 영역은, 즉 회화적 회화로 개념미술을 전개하는 일은, 미개척/미지의 프론티어로 남아 있다.) 한국에서 레디메이드 캔버스를 사용하는, 특히 여타 매체를 고정시키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청년 작가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미지의 구성만 생각하고, 지지체의 구조는 무시하는 일로, 현대미술의 역사적 성취들을 무시하고 과감하게 몽매의 과거로 퇴행하는 셈이다. 무라카미 다카시도 그 점을 깨닫지 못하고 창작한 무명 시절의 작품들을 (시카고당대미술관에서 마이클 달링의 강권으로) 전시해야 했을 때, 상당히 당황스럽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창피를 깨달아야 진보와 도약이 가능하다. 맨골드의 회화를 도식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레디메이드 환경에서 발견한 일종의) 기본 색상 x (지지체로 구현하는) 기본 형태 x 색면을 분할하는 (연필로 그어진) 기본 선형 = 맨골드 1차적으로 보게 되는 핵심: 분리되고 연결된 변형 캔버스들을 뛰어넘거나 혹은 넘지 못하는 선들, 캔버스의 표면을 차지한 색채들의 연원(참조점), 캔버스가 추상회화의 구현을 위해 구조화된 방식. 그 안에서 다시 재현 전통의 기본이 되는 선묘를 재사고해야 했던 시대적 사명. 2차로 보게 되는 핵심: 동년배 미술가들과의 교류와 경쟁 속에서 개념주의를 통해 미니멀리즘에 다시금 어느 정도 환영성을 허용 혹은 도입했던 선택의 댓가. 맨골드 세대의 미국식 형식주의에 직간접적으로 화답한 한국인은 누가 있을까? 김수자와 홍승혜가 있다. 둘 다 초기에 형식주의를 몸체 삼아 새로운 아이디어와 주체성을 발현시키는 과정을 밟았다. 김수자는, 미리엄 샤피로의 경우를 참조해 도시화 과정에서 서서히 퇴출되는 동시대 버내큘러 요소로 미니멀리즘을 오염시키고, 그로부터 주변부화된 주체들의 시간과 장소를 의제화해내는 길을 찾아냈다. 반면 홍승혜는, 컷아웃 시기의 마티스 같은 시각과 관점으로 포스트모더니즘에 잠식된 미니멀리즘을 갖고 놀았고, 이후 그러한 유희의 메타-형식주의 게임을 본격화하기 위해 픽셀의 디세뇨를 창안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마사 그래이험 메소드 위에 토속 요소를 들이부어 한국식 아상블라주의 동시대 예술 혹은 한국식 탄츠테이터를 창출해냈던 청년기의 현대무용가 안은미도, 유사한 성공 사례다.) 이들 여성 현대미술가들은, 세계인이자 주변부화된 한국인 여성으로서, 북미 남성 형식주의를 포용하고 숙주 삼아 ‘전지구화 시대의 미디어 재창안’을 실천함으로써 ‘정체성을 따르는 추상’ 이상의 동시대적 영역을 개척했다. 하면, 한국의 동년배 남성미술가들은 그런 성과를 내지 못 했을까? 아니다, 한 명 존재한다. 바로 최정화. 최정화는 신구상회화를 때려치운 뒤, 저개발 사회의 플라스틱 바구니 등을 미니멀리즘의 문법으로 쌓아올리며 오염의 전략을 구사했다. 그를 통해 동시대예술의 시공을 확보하고 또 그를 공유했다는 면에서, 청년기의 그는 의제 설정자 이상의 역할을 했다.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와 비교해봐도 최정화의 형식주의의 지역화/토속화 전략은 퍽 흥미롭다. 하위-주체가 동시대성 차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시공을 창출-확보하는 방법이었기 때문.) 하지만, 최정화 외의 남성 사례는 찾기 어렵다.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에게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일컬어지는 오인환의 작업들을 봐도, 형식주의를 숙주로 삼은 작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형식주의는 이제 역사의 여러 장면으로 연결되는, 특히 동시대성의 시공으로 연결되는 공공재-포털이 됐기 때문에, 재정의와 재창안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여러 차원을 새롭게 이어붙이는 브리콜라주의 실험을 전개할 수 있다. 활용을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서는 안된다. 한데, 활용코자 한다면, 먼저 알아야 한다. 그 현상학적 실존의 미술/지술(知術)을 체득해야 한다. /// 추신) 무라카미 다카시 미스터 커즈 등은 셰이프드 캔버스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1980년대 네오팝에서 키스 해링 정도가 셰이프드 캔버스를 실험했으니, 이는 또 오묘한 계승이다. 반면 한국의 네오팝 작가들 가운데 형식주의의 논리를 포용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추신2) 셰이프드 캔버스는 사실 스트럭처드 캔버스, 재창안된 캔버스로 불렸어야 했다. *아트인컬처 2023년 2월호 기고문의 미축약 미교열 초고. 귀한 지면을 주신 편집부(김해리 기자님)에 감사드립니다. 자료 제공 등 취재에 도움을 주신 페이스갤러리(담당 김경미 기획자님)에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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